화가들은 왜 우리와 색을 다르게 볼까?
그들의 색채 감각은 단순히 예술적 재능이 아니라, 뇌와 눈, 감각 신경의 복합적 작용에서 비롯된 색지각의 과학적 차이 때문이다.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화가들은 세상을 다른 색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이번 글에서는 화가들의 색지각이 어떻게 일반인과 달랐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뇌과학, 생물학, 심리학적 원리를 탐구해본다.
1.색은 빛이 아니라 뇌의 해석이다
색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결과다.
눈은 빛의 파장을 감지하지만, 색이라는 경험은 시신경을 통해 뇌의 시각 피질에서 생성된다.
즉, 우리가 보는 파랑, 빨강, 초록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인지적 해석이다.이 점에서 화가들은 일반인과 다른 인지 필터를 갖고 있다.대표적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의 굴절, 난반사, 공기 중 습기 등이 색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감지했다.
모네는 백내장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색채 실험을 반복하며 진짜 색은 빛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물을 회색-검정으로 보지 않고, 공기 중 색채 변화와 반사광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냈다.
과학적으로도 사람마다 망막의 원추세포의 분포나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이 다른 색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화가들은 수천 시간의 훈련으로 이러한 감각을 극대화시켜 미세한 색 온도와 색조의 차이를 감각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색맹이 오히려 독창적인 색 표현을 낳다
놀랍게도, 일부 유명 화가들은 색맹 또는 색약이었다.
예를 들어, 엘 그레코는 녹색과 붉은색의 구분이 약했고, 반 고흐도 색약 증세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데 이들의 그림을 보면, 일반적인 색 재현 방식에서 벗어난 강한 대비와 왜곡된 색채 조화가 등장한다.이것은 단점이 아니라 창조적 지각의 시작점이 된다.과학적으로는 색약일수록 밝기 차이나 명도 대비에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어, 일반인이 무심히 넘기는 밝기 차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가들은 일반 시각 체계에서 벗어난 색을 구성하면서 독창적인 색 조합을 만들어냈고,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표현의 언어로 기능하게 된다.색을 잘 못 본다는 것은, 정답 대신 자기만의 해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색지각의 결핍이 오히려 창조적 전략을 자극한 셈이다.
3.시각 적응과 연색성-왜 렘브란트는 갈색을 사랑했을까?
색지각은 절대적이지 않고 맥락에 따라 변한다.
이런 현상을 연색성이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노란 전구 아래에서도 흰색 종이를 흰색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우리의 뇌는 주변의 빛 조건, 물체의 재질, 이전 경험을 종합해 색을 추정한다. 화가들은 이 과정을 의식적으로 역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렘브란트가 즐겨 쓴 어두운 갈색, 황토색, 암갈색 계열은 단지 물감 부족 때문이 아니라,어두운 실내광 아래에서 인물의 피부톤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색 조정의 결과였다.
이처럼 화가는 무엇이 진짜 색인가를 묻지 않고, 어떤 조건 아래에서 어떤 색이 그렇게 보이는가를 탐구한다.
즉, 색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조명의 함수이며, 맥락에 따른 뇌의 추론 결과라는 사실을 실전에 반영한 것이다.
4.예술가의 뇌는 시각정보를 다르게 처리한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는 화가와 비예술가의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험 결과, 화가들은 물체나 풍경을 볼 때 시각피질 외에도 전두엽과 감각통합 영역이 더 활발하게 활성화된다.
즉,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또한 예술가들은 장면을 볼 때 색보다는 경계선, 톤 차이, 질감, 색온도의 흐름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이것은 화가들이 사진처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정보를 추상화하고 편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이는 색을 인식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반인은 무의식적으로 전경-배경을 분리하지만, 화가는 색의 상호작용을 읽고 이 색이 이 색 옆에 있을 때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색을 하나의 고정된 특성으로 보지 않고, 시각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요소로 본다.
마무리하며
화가들이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그들의 눈은 빛의 파장을 감지하는 기계가 아니라,
색과 공간, 맥락, 감정까지 통합해 하나의 시각적 해석을 만들어내는 뇌의 확장체였다.색은 단지 물리적 정보가 아니라, 지각과 해석의 결정체다.그리고 예술가들은 이 지각의 변칙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집단이다.그들은 색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그럴 수 있는 방식으로 보았고,그 감각의 차이가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감동시키는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