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계산한 인상주의라는 말이 허사가 아닌 것은, 모네가 자연의 순간을 마치 수학처럼 해석하며 시간대별 빛의 변화를 화폭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빈치는 하늘을 나는 기계를 설계하며 인간의 비행이라는 불가능에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논리를 결합했다. 이 두 장면은 수 세기 차이가 나지만,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문 실험이라는 공통선을 공유한다. 본문에서는 이처럼 감성과 이성이 맞닿은 모네와 다빈치의 창조적 사유를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1.시간을 측정한 화가 모네, 빛을 분석하다
모네는 르루아 빌리지의 건초더미,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 루앙 대성당의 돌벽 앞에 이젤을 세우고 하루를 분할했다. 새벽, 오전, 정오, 황혼, 심야 달빛까지 빛이 변할 때마다 캔버스를 교체하며 색온도·명도·대기 산란 변수를 즉각 기록했다. 그의 연작에서 같은 풍경임에도 하늘이 코발트에서 라일락으로, 벽면이 회백에서 주홍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태양고도·습도·먼지 농도에 따른 파장 산란 차이 때문이다. 모네는 공식 없이 시각 체험만으로 광선의 분광 스펙트럼을 분류했고, 마지막에는 회화 기록이 일종의 광학 실험 데이터가 되었다. 그가 색을 물리적으로 섞지 않고 병치한 것은 관람자 망막에서 파장 합성을 유도해 실시간 색혼합을 재현하려는 계산이었다.
2.하늘을 설계한 화가 다빈치, 기계를 꿈꾸다
다빈치는 힘학과 기류를 이해하기 전부터 새의 날갯짓을 기하학적으로 해부했다. 코덱스 애틀란티쿠스에는 나선형 날개, 박쥐형 글라이더, 공기 나사 등 30여 종의 비행 스케치가 남아 있다. 특히 1485년경 그린 헬리컬 공기 나사는4.1미터 직경의 리넨 나선인데, 회전 시 공기를 아래로 밀어 양력을 얻는 구조다. 이는 현대 헬리콥터 로터와 원리가 같지만, 당시 동력원을 인력 크랭크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발상은 과학, 구현은 예술적 상상으로 남았다. 그는 무게 대 양력 비, 날개 면적 대 체적 비를 수치화하려 했으나 재료·에너지 제약으로 실험적 실물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스케치는 이후 400년간 공학자들에게 선행 아이디어 데이터베이스로 작용했다.
3.관찰과 추론 사이 예술과 과학의 공통 알고리즘
모네가 빛의 변화를 색 패치의 시간 행렬로 시각화했다면, 다빈치는 새의 비행을 역학적 도식으로 해체했다. 전자는 데이터를 시각으로 수집해 감각적 언어로 재부호화했고, 후자는 자연 현상을 기하학으로 번역해 기계 언어로 설계했다. 방식은 달라도 현상-관찰- 추상-재현이라는 알고리즘은 동일했다. 둘은 재현 과정에서 예술적 직관을, 추상 과정에서 과학적 엄밀성을 동시에 요구했다.
현대 인지과학은 이러한 크로스오버를 멀티모달 사고라 부른다. 감각 피질과 전두엽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시각·공간·운동 정보를 통합할 때 창의적 사고가 발동한다. 모네는 시각 피질의 색 대비 회로를, 다빈치는 전전두엽의 공간 추론 회로를 극대화해 작품으로 출력한 셈이다.
4.현대 기술로 빛과 비행을 잇다
모네의 연작은 오늘 디지털 타임랩스, HDR 촬영, UI 다크모드 알고리즘에 영감을 주었고, 다빈치의 비행 메모는 헬리콥터, 드론, 풍력 터빈 블레이드 설계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2020년 유럽 항공우주국은 다빈치 나선 로터를 마이크로 드론에 적용해 배터리 소모 15 퍼센트 감소를 달성했고, 2023년 MIT 미디어랩은 모네의 색 병치 원리를 LED 조명 패널 알고리즘에 옮겨 색정확도 평균 3퍼센트 향상을 보고했다.
두 거장이 남긴 스케치와 캔버스는 과거의 작품이 아니라, 오픈소스 과학 데이터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이 분리된 시대조차, 창작과 연구의 경계를 허문 이들의 실험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빛을 계산한 인상주의와 하늘을 향한 다빈치의 기계는 표현 수단만 다를 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이해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 모네는 색과 시간으로, 다빈치는 기하와 공기로 답했다. 이들은 예술가였기에 과학적이었고, 과학자였기에 예술적이었다. 그들의 유산은 오늘날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부터 항공공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고 창조적인 해결책을 계속 불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