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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종교화에 숨은 천문현상인 별자리와 해와 달의 위치

by joynday 2025. 6. 23.

중세 종교화에 숨은 천문현상인 별자리와 해와달의 위치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시대의 세계관과 우주 인식이 반영된 시각적 기록이다. 인간이 천문학을 학문이라 부르기 전 하늘은 신의 메시지를 담은 장대한 도화지였고 화가들은 그것을 성서의 이야기 안에 정교하게 녹여냈다. 이 글에서는 중세 유럽의 회화 속에서 은밀하게 그려진 천체들을 네 가지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종교화에 숨은 별자리와 해·달의 위치
종교화에 숨은 별자리와 해·달의 위치

 

1.하늘 위의 상징이 아닌 현실의 하늘을 그리다

중세 종교화의 배경에 그려진 하늘은 단지 장식이 아니었다. 성모 마리아의 발아래 놓인 초승달 예수의 탄생 장면 뒤로 펼쳐진 동방의 별 또는 최후의 심판에서 등장하는 붉은 태양과 어두운 달은 실제 관측된 천체의 움직임을 반영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오토 디 본도네의 14세기 프레스코화 예수 탄생에는 베들레헴의 별로 추정되는 혜성이 그려져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것이 1301년에 등장한 핼리혜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화가들은 성경의 신화를 단지 상징으로 풀지 않았다. 관찰을 통해 얻은 하늘의 변화는 곧 신의 질서였으며 이를 정확히 그리는 것이 신앙이자 과학이었다.

 

2.별자리는 사라진 신화가 아닌 시간을 나타내는 도구였다

중세 회화에는 황도대 즉 12별자리의 상징이 벽화나 사본의 테두리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점성술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단순한 운세가 아니라 농사, 달력, 제례 시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도구였다. 특히 수도원 벽화나 성당 천장에는 12개의 별자리가 원형 배열로 배치되어 천상의 시계 역할을 했다.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에는 양자리에서부터 시작해 물고기자리로 끝나는 황도대가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수도사들이 사계절의 흐름을 신성한 구조 안에 기록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별자리는 이렇듯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중세적 시간의 언어였다.

 

3.일식과 월식은 종말의 예고로 그려지다

중세의 종교화에는 종종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붉은 태양과 달이 묘사되곤 했다. 이는 실제 천문현상인 일식과 월식을 반영한 사례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최후의 심판을 그린 알브레히트 뒤러의 목판화에서는 태양이 검게 타오르고 달이 피처럼 붉게 물든 채 하늘에 떠 있다. 이는 성경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에서 착안한 장면이지만 천문학적으로도 16세기 초반의 실제 개기월식과 맞아떨어지는 기록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하늘의 이변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보기보다 종말의 전조로 해석했다. 화가들은 이 공포와 신비를 시각화하며 보는 이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4.달과 해의 위치로 시간과 장소를 유추하다

고전 회화 속 태양과 달의 위치는 단지 배경 요소가 아니다. 그림 속 빛의 방향, 그림자, 달의 위치와 위상 등을 분석하면 사건이 벌어진 시간대와 계절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현대의 고고천문학 연구자들이 중세 회화를 분석하는 데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의 벽화 중 일부는 일출 방향과 그림자 각도를 통해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 화가들은 직관과 경험 천문 관측을 결합해 빛의 시간을 캔버스에 새겼던 것이다. 회화는 그렇게 시계 없는 시대의 과학 기록지 역할을 해냈다.

중세 종교화에 숨은 천문현상인 별자리와 해와달의 위치는 상징과 신앙을 넘어 관측과 해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림은 단지 신을 위한 예술이 아니었다. 하늘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과학적 태도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미의식이 함께 스며든 시대의 천문학적 문서였던 것이다. 우리가 중세의 그림을 다시 보는 이유는 그 속에 우주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