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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목 예술의 흔적을 따라가는 초원의 여행

by joynday 2025. 7. 9.

몽골 유목 예술의 흔적을 따라가는 초원의 여행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다. 이 여정은 여전히 초원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예술의 맥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게르의 천과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드넓은 들판 위에서 사람들은 단지 살아가는 것을 넘어 삶을 예술로 표현해왔다. 유목민의 삶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생활 속에서 환경과 하나 되고 일상과 믿음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흔적은 문양 속에 녹아 있으며 텐트의 구조 안에 깃들어 있고 말의 장식과 그림 속에 남아 있다. 이 글은 몽골 유목 예술의 내면을 문양과 공간 구성 회화적 표현 그리고 현대적 계승이라는 네 가지 관점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몽골 유목 예술의 흔적을 따라가는 초원의 여행
몽골 유목 예술의 흔적을 따라가는 초원의 여행

 

1.유목 예술에 깃든 문양과 상징의 언어

유목 예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문양이다. 몽골 유목민의 삶은 텐트 안팎을 가득 채운 문양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삶의 질서를 표현해왔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선은 끝없는 이동과 자연의 순환을 상징한다. 이러한 문양은 흔히 말 장식과 가구 천막 안쪽 구조물에 새겨져 있으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전통 문양 중 하나는 운무무늬다. 이 무늬는 구름이 흘러가는 형상을 추상화한 것으로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이 서로 얽혀 있다는 생각을 표현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문양은 불사의 매듭이다. 이 문양은 시작과 끝이 없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뜻한다. 이처럼 유목 예술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상징적 해석과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양은 단지 예술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생활의 모든 곳에 퍼져 있다. 가죽으로 만든 말 안장에는 상서로운 동물과 추상적인 선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으며 이 문양을 통해 말의 주인은 외부 세계에 자신이 속한 부족과 가문을 드러낸다. 또한 유목민의 옷과 모자에도 색상과 문양을 통해 계절이나 행사에 따른 상징을 표현하며 다양한 색채 조합을 통해 신분이나 역할을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권위와 태양을 의미하고 녹색은 대지와 치유를 뜻하며 파란색은 하늘과 영혼의 순수함을 상징한다.

문양은 종교적 상징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샤먼 의식에 사용되는 북이나 천에는 영적인 세계와 연결된 상징들이 자주 나타나며 초원에서의 삶을 보호받고자 하는 염원이 녹아 있다. 유목민들은 문양을 통해 신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것이다. 오늘날에도 전통 문양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은 이 전통 문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디자인 소품부터 디지털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에 응용하고 있으며 이는 유목 문화가 단절되지 않고 변화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2.게르 내부의 질서와 예술적 공간 구성

몽골 유목민의 거주 공간인 게르는 단순한 임시 거처가 아니라 삶의 원형을 담은 문화 공간이다. 겉보기에는 둥글고 단순한 구조지만 내부는 철저한 질서와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르 내부는 방향과 중심을 기준으로 나뉘며 각 위치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 자연과의 관계 사회적 질서를 반영한다.

게르의 중심에는 두 개의 기둥이 서 있다. 이 기둥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이며 동시에 게르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실제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기둥 위에는 둥근 천장구조가 놓이며 중앙에는 하늘을 바라보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연기가 빠져나가며 내부와 외부가 소통한다. 게르 내부에서는 이 구멍 아래에 절대 물건을 두지 않으며 불을 중심에 배치해 가족의 중심을 나타낸다.

게르 내부는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남성은 서쪽 여성은 동쪽에 앉으며 손님은 북쪽에 모신다. 가장 신성한 공간은 북쪽 중앙이며 여기에 신상 가족의 상징물 선조의 유물이 놓인다. 이러한 배치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상징 질서의 결과로 가족과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역할과 질서를 예술적 형태로 보여준다. 이러한 전통은 수 세기 이상 이어졌으며 전통 건축 기법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게르 안의 가구와 장식물에는 붉은색 오렌지색 파란색 등의 강렬한 색채가 사용되며 이들은 각각 대지 불 하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장롱 탁자 상자에는 호랑이나 불꽃 문양이 그려져 있으며 이는 악령을 막고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여성들은 이러한 가구와 천에 직접 문양을 수놓거나 그림을 그려 넣으며 실용과 장식이 결합된 유목 예술의 중심적 주체가 된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의례에서 새로 제작되는 직물과 장식은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어 게르는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예술과 의례의 공간이 된다.

 

3.초원을 화폭으로 펼친 유목의 시선

몽골 유목 예술에서 회화는 독립적인 장르로 존재하기보다는 일상과 종교 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표현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회화 형태는 탱화이다. 탱화는 천 위에 그려진 불화로 종교적 수행과 제의에 사용되며 게르 내부나 야외의식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 탱화에는 부처 신화 속 인물 우주의 구조 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명상과 집중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전통 회화는 기하학적 구도와 대칭적인 구조 평면적인 구성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원근법보다는 중요 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배치되며 색채는 선명하고 대조적이다. 이는 초원의 거친 빛과 환경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기능적 고려와 상징적 의미가 결합된 결과다. 특히 붉은색과 금색은 권위와 지혜를 나타내며 녹색은 생명력을 의미하고 파란색은 하늘과 정신세계를 상징한다.

그림 속에는 종종 유목민의 삶과 자연 풍경 동물의 움직임이 함께 그려진다. 초원의 말떼 유목민 가족의 이동 모습 종교 의식을 준비하는 장면 등이 회화에 담겨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그림은 천에 그려져 접을 수 있도록 제작되어 이동이 잦은 유목민의 삶에 맞추어졌다.

오늘날에는 전통 회화 기법을 계승하는 예술가들이 현대적 주제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전통 문양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전통 색채를 기반으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유산이 정체되지 않고 현재의 감각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주는 시도이며 유목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몽골 정부는 문화유산으로서 유목 예술의 보존과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4.오늘날 유목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

몽골의 유목 예술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문화로 존재한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도 유목 예술은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예술가 장인 교육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전통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스튜디오와 공방이 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게르 문양을 바탕으로 한 직물 상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이 제작된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된 이러한 제품들은 몽골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을 제공한다.

또한 교육기관에서는 유목 예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통 문양 수업 회화 실습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를 통해 어린 세대는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이해하고 예술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유목 예술은 단지 과거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로 기능하며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는 유목 예술을 중심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게르에서 숙박하며 게르 내부를 꾸미고 문양을 그려보는 활동 유목민과 함께 천막을 설치하거나 전통 의복을 입어보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방문객은 유목 예술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과 감성까지도 느낄 수 있다.

결국 몽골 유목 예술은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보여주는 예술이며 그 안에는 공동체의 기억 철학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끊임없이 이동하면서도 흔적을 남기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낸 유목민의 삶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유목 예술은 과거의 유산이자 현재의 표현이며 미래를 향한 언어다. 그 흐름은 초원을 넘어 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그 여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